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2023 CES가 열렸다.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된 만큼 다양한 혁신 사례와 미래 기술 트렌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운전자 없이 밤낮으로 자율주행 하면서 일하는 트랙터, 사람 폐 소리로 천식 등 폐 건강을 체크하는 스마트 웨어러블 청진기 등이 최고 혁신상을 받으며 상상이 현실이 되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무엇이 이러한 혁신을 가능케 했을까. CES에 소개된 제품, 시스템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 중심에 AI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단 CES뿐만이 아니다. 요즘 어딜 가나 AI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는 곳이 없다. 지난 몇 년간 AI는 엄청나게 발전해 왔고 발전 속도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2016년 알파고가 바둑 분야에서 인간을 뛰어넘은 것처럼 특정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던 것에서 이제는 다방면에서 AI가 인간처럼 스스로 유연하게 사고·추론하고 창조도 가능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이제 AI는 글로벌 경제·산업·사회 전반에 파고들어 혁신을 견인하는 게임 체인저가 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AI 분야는 이미 해외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여 AI 개발을 선도하고 있고, 이를 활용한 클라우드, 플랫폼 등 인프라를 장악하고 있다. 최근 OpenAI에서 출시한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는 일주일 만에 전 세계 사용자 100만 명을 확보하는 등 기술 사용화도 주도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개인 서비스 등 상대적으로 적용이 쉬운 분야에 부분적으로 AI가 활용되고 있고, 대부분 분야에서 AI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준비도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주력 산업 분야가 그러하다. AI를 산업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AI가 학습할 수 있는 양질의 데이터가 확보되어야 하고, 이를 다룰 수 있는 전문 역량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단기에 성과를 기대하기보다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산업 분야는 데이터가 복잡 다양하고 개별 기업의 영업비밀로 간주되어 수집과 활용이 쉽지 않다. 또 각 산업 현장의 도메인 전문가는 AI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AI 전문가는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기도 쉽지 않다.
물론 국내에서도 일부 대기업 중심으로 제조 공정 또는 제품·서비스에 AI를 도입하여 혁신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기에는 부족하고 그 속도도 더딘 상황이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될수록 기존 산업은 경쟁력을 상실하기 쉽다. 국가적으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혁신의 주체인 기업이 앞장서서 투자하고 노력해야겠지만 정부도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정된 자원으로 정부 지원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지원의 대상과 분야를 보다 세밀하게 고려하여 선정하고 집중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성공 사례를 도출하여 산업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최근 글로벌 경제 전반이 어려운 상황에서 모두가 투자와 혁신을 주저하고 있을 때가 오히려 한발 앞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적기가 될 것이다.
최재식 KAIST 교수